2017. 2. 28. 11:55, Book
검색되지 않을 자유
저자 : 임태훈
출판 : 알마
날짜 : 20170227
읽은 이유와 느낌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를 보며 노동 문제가 없는 ICT 담론은 모두 거짓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임태훈씨의 저서들을 좀 찾아봤다. 우선 국문학과 답다는 생각을 했다. 호모 익스펙트롤(Expecte + control) 등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을 담은 언어를 창조하는 등 다채롭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필자는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아보인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와 맥이 같으나, 후자가 최근에 씌여진 탓인지 좀 더 정돈된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 글이 좀 어렵다. 미디어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과 비평, 노동 문제를 포함한 ICT, 기술 성장과 성숙에 대한 비판적인 통찰을 공감하나 일반인들에게 쉽게 읽히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교수셔서 그럴수도. 그럼에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분명한 문제인식과 현장이 살아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난다. 몇 년 뒤에는 좀 더 훌륭한 비평가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시간의 파편을 사고 파는 경제
ICT 기술의 발달과 함께 노동의 시간은 소비에 앞서 프랜털화되었다. 이탈리아의 미디어 이론가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는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인간 시간의 프랙털이 매매되고 재조립되면서, 노동자는 단편적인 세포 시간의 단위로 전락했다고 진단한다.
노동자는 더이상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언제든 교체 가능한 생산자, 네트워크의 끊임없는 흐름 속에 들어가는 재조합적 기호 작용의 미세한 일부일 뿐이다. 자본은 더이상 오랫동안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이용 가능성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노동자(파편 같은 시간 동안에만 사용될 수 있는 두뇌를 가진 기계)는 이따금씩 생기는 일시적 근무에 대해 보수를 받을 뿐이다. 노동 시간은 파편화되고 세분화됐다. 시간의 조각들은 네트워크 상에서 판매되고, 기업들은 노동자의 사회적 보호라는 의무를 강제받지 않은 채 그 조각난 시간들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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