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한국의 인종차별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5561.html)
"어디를 가도 이상하게 봤다고 했다. 식당에 들어가면 욕설을 듣는 일도 흔했다. 아마 한국말을 못하는 줄 알고 그랬을 거라고, 타파는 짐작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옆자리 사람이 일어나서 다른 데로 가는 일도 있었다. 옆에 자리가 비어 있는데 둗이 앉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중에서
고등학교 때 영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선 체격이 무척 크셨는데 청소년/청년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 자리를 앉으면 그 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다고. 어떤 사람은 찡그리고 어떤 사람을 코를 막았고 자리가 없어도 앉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 이후 대중교통 타기를 그만두셨다. 늘 향수를 주머니에 가지고 다녔고 영화를 보거나 기차를 탈 때는 항상 옆 칸까지 예매해야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옆자리가 비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날도 그와 같았다. 일기를 첨부한다.
자리가 있었고, 나는 앉았다. 단지 그것 뿐이다.
16.8.3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탔는데 옆 자리 아저씨에게서 악취가 난다. 이미 난 앉아버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숨을 깊게 마셔본다. 정신이 번쩍 든다. 한 번 더 마셔본다. 옆 아저씨의 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앞으로도 분명 내게서든 다른 사람에게서든 냄새가 나겠지, 그리고 함께하겠지. 나는 이 냄새를 감당할 수 있을까. 끌어안을 수 있을까.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만이라도 찡그리지 않을 수 있기를, 버스가 흔들릴 때 부딪히는 팔과 다리에 덜 예민하기를.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도 내 냄새를 충분히 맡고 감당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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