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9. 19:23, Essay
Goodbye Lunch 마치고. 식사는 했지만 사진에 없는 bradley, Theo, 김승원박사님 ㅠ_ㅠ Welcome party는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찍었다.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UniSA)의 Empathic Computing Lab(ECL)에서 Visiting Researcher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UniSA는 남호주의 애들레이드에 위치하고 있는데 시드니, 맬번도 아니고 애들레이드에 세계적인 연구실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근데 여긴 그렇다. HCI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신 Mark Billinghurst 교수님과 Bruce H. Thomas 교수님이 계신다. 또 Mark 교수님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신 이건 박사님도 이 분야에서는 모를 수 없는 실력자시다. 특히 ECL은 Augmented Reality를 활용한 Remote Collaboration에 관련된 연구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그룹이이며 탑 티어 컨퍼런스에서 매년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속한 Digital eXPerience Lab(DXP)도 HCI, VR/AR에서는 한국에서 몇 개 없는, 실력으로도 손꼽히는 연구실임은 분명하지만, 세계적으로 특정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큰 주제 안에서 개개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실'이라는 표현은 특정 세부 분야를 세계적으로 리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또한 지도교수의 방향성이자 선택, 철학이며 장단점이 있다. (사실 그때 그때 연구실의 구성원들에 따라 선택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1)DXP처럼, 큰 틀 안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찾고 연구하는 방식
- 각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
-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 주제가 조금씩 다르므로 서로에게 도움을 구할 때, 토론할 때 종종 어려움이 있다.
2)ECL처럼, 하나의 공통된 (보다 범위가 작은) 큰 줄기의 주제를 가지고 가지를 치는 식으로 연구하는 방식
- 내 관심사가 약간 다를지라도, 기존 진행되던 연구에서 가지를 뻗어 연구해야 하는 것이 좋다.
-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에 용이하다.
-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연구실 구성원끼리 연구 영역이 크게 겹치기 때문에 차별성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연구실에 도착한지 이틀 된 날에 랩 미팅이 있었다. 최고 권위 학회인 CHI 데드라인이 두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카이에 페이퍼를 낼 사람을 물어보셨는데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VRST 제출이 지나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물론 진행속도에 따라 전부 제출하진 못할지라도. paper submission을 정리한 문서를 보면 애초에 아주 많은 양의 논문을 제출한다. 박사들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모든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논문을 제출하고자 하는 진취적인 분위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랩 미팅은 늘 스카이프로 이루어져서 이곳 연구실 출신의 교수님도 있고, 출장/연수간 학생들도 미팅에 참여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미팅을 했는데, 역시 스카이프로 진행되었고 뉴질랜드의 한 대학과 호주의 다른 대학에 있는 교수님도 함께했다. 미팅마다 생각지 못했던 비판적인 코멘트를 많이 받았고, 새롭게 던져주시는 레퍼런스는 끝이 없었다(…) 코웍의 즐거움과 유익을 아주 잘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잘 지도해주신 덕분이지만)
매일 저녁에는 김승원 박사님과 연구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승원 박사님은 포닥으로 최근 몇 년간 CHI를 비롯한 컨퍼런스에 논문을 제출한 핫하고 젊은 연구자셨는데, 어찌보면 박사님과의 대화에서 연구적인 통찰은 가장 많았다. 여태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공부하고 연구하다가 적절한 분량이 쌓이면 그 시기의 적절한 시기에 논문을 내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보다 전략적으로 논문을 위한 공부와 연구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카이 제출을 목표로 한 연구에 참여하면서 실험 디자인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역시 상당히 전략적이었는데 영업기밀이므로 남기진 않겠다 :)
각 연구자들의 태도에도 배울 점이 가득하다.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라이팅을 하고 계시는 마크교수님. 연구자로서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갖추신게 아닐까 싶은, 연구 그 자체이신 이건 박사님. 연구에 완전히 감을 잡으시고 페이퍼를 양산(?)하시는 김승원 박사님.
결국, 이 곳에서 나는 잘 해냈다. 한국에서 일하는 스피드로 하니까 화, 수요일 즈음이면 일주일 분량이 끝났고 남은 시간은 졸업 준비를 했다. 이 곳에서 시작한 새로운 주제의 연구는 12월 학회를 목표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한 학기만 더 일찍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훨씬 여유롭게 호주를 만끽하고, 연구도 이 곳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텐데.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인연이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일을 하니 환기가 되고, 또 내 속도가 남들에 비해서 확연히 빠르니 자신감이 생긴다. 이 곳 생활을 더 오래하다보면 이 사람들의 속도에 익숙해지려나 :)
+추가로 애초에 해외 유학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이 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호주 연구실을 예찬했으나 결국 사람 by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연구하는 동기 한 명은 미국에 한 명은 뉴질랜드에 가서 서로의 상황을 계속 공유했었다. 각 나라의 연구자들의 모습과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인프라에 의해 기회가 조금 더 많다는 정도의 차이랄까. 최선을 다해 기회를 잡는다는 전제 하에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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